덕대. 기억하십니까? / 2005.3.7.

손가락 2006/04/04 06:10
요즘 경제사를 공부하면서 여러가지를 많이 느끼는데 그 중에 이런게 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하권에 보면 조선시대에 맹아적인 자본주의의 발전 형태가 나타났다고 말하면서 그 예로 광업의 예를 든 적이 있다. 6차 교육과정을 지내온 사람이라면 언듯 다들 기억할터인데

맨 위에 근대적인 자본가의 맹아적인 형태인 물주가 있고 그 밑에 요즘으로 치면 건설 시행사인 덕대 (그 때 '떡대'라는 식으로 외운 -_-;)가 존재하고 혈주-광업노동자 등으로 이어진 하나의 조직 체계를 말한 부분 말이다. 그 이야기의 요점인 즉슨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조선을 우민화하며 그들이 주장한 조선사회의 정체성론(identity가 아니라는 사실은 굳이 언급하지 않는 센스 -_-v)에 대한 반박으로서 조선사회도 순차적인 '발전'의 과정을 거쳤다는 증거로서 그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어 그래하고 넘어가고 혹자들은 꽤 자랑스럽게 여겼을 지도 모르는 이 부분을 오늘 '상기'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 이야기를 맨 처음에 꺼낸 사람은 1930년대부터 70년대인가 까지 활동한 백남운이라는 경제사학자였다고 한다. 1933년에 그가 발표한 <조선사회 경제사>라는 책에서 조선사회의 발전과정이 고대 공산 사회로부터 근대 자본주의 발생의 태동기까지 순차적인 발전과정을 거쳤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근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 같지 않은가?) 그리고 이후 (당신의 예상대로) 월북하여 북한에서 교육부 장관쯤 되는 일을 하다가 죽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백남운이라는 사람의 마르크스 스러운 분석이 우습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난 교과서를 죽도록 팠음에도 불구하고 백남운이라는 사람은 단 한번도 교과서에서 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도 그렇듯이) 그 '덕대'는 기억하고 있다. 당신들이 그토록 미워하는 '반동적인'(자진 월북한 학자를) 자의 '불온 문서'마저도 당신들의 자기미화를 위해 전후맥락없이 오려붙일 수 있는 그들의 용기와 대담함에 찬사를 보낼 뿐이다.

P.S. 할말이 생각나지 않자 과감히 글을 자르는 나의 뻔뻔함에도 찬사를.
2006/04/04 06:10 2006/04/0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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