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본체(2) - 이건 누군가 했던 것 같은데

손가락 2008/07/13 11:41
 이외에도 한국 홈 드라마의 대표적 장르라고 볼 수 있는 일일드라마를 보면 그러한 주제의식의 확고함이 더욱 드러난다. 대부분의 일일드라마는 홈 드라마의 형식을 갖는데 매일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서는 다양한 인물로의 시선의 분산이 필요하고 그러한 분산된 인물들을 한데 묶기 위한 장치로서 각 인물들을 (현재 혹은 미래의) 가족의 일원으로 설정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가족구도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는가이다. 대부분의 홈 드라마는 주말(혹은 주중) 홈 드라마의 고정적인 메시지 (가족의 화합을 위한 가족구성원의 관습적 순종)의 변화는 고사하고 대부분이 기법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일 드라마의 대부분이 아직까지도 재벌가의 자녀와 평범한 집의 자녀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결혼의 과정을 그리고 있으며, 여기서 동반되는 세대간의 갈등 및 계층간의 갈등을 매우 희화화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최근 방영되는 '너는 내운명', '춘자네 경사났네', '애자 언니 민자' 등의 공중파 방송 3사의 드라마만 들어도 이러한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는 별개로 연애 드라마(영화)는 최근 소재의 다양화 경향과 더불어 대중 소설을 원작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그러한 진부한 형태의 멜로 드라마에서는 벗어나고 있다. 적어도 갑자기 '병'에 걸리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들 - 직장의 문제, 가족의 문제, 친구간의 갈등- 을 좀 더 현실적인 기법을 통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홈 드라마와는 달리 변화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연애 드라마가 1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 까지를 대상으로 하며, 그러한 대상들이 유행에 민감한 세대임을 고려한다면 과거의 진부한 기법이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연애 드라마의 변화된 기법들이 다루고 있는 소재에 지향점의 변화가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기법들의 판이한 변화와는 달리 그러한 기법들을 통해 나타나는 기저의식의 변화에는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연애 드라마에는 기본적인 이야기의 진행과정이 있다. 즉, (생략되는 경우도 있지만) 연애의 시작 - 전개 - 갈등 - 헤어짐 - 고통(?) - 재회라는 형식이다. 언뜻 생각하기에는 실제의 연애의 형식을 따 온것이고, 이외에는 연애 드라마의 형식을 생각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실제로 헤어짐 이후에 고통이나 재회까지의 과정이 과연 실제로 얼마나 일어나는 지에 대한 생각은 좀 더 해봐야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은 연애물도 있지만 위의 과정을 답습하고 있는 드라마가 최근까지 대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그렇지 않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연애 드라마의 본질적 문제는 서구 중세 기사도 문학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중세 기사문학의 그것보다도 자신들을 둘러싼 사회에 대한 인식의 결여가 '돋보인다.' 사회적, 정치적 감정에 대한 관심이 없는 개인적 감정의 치중. 왜 공통의 관심사가 연애 외에는 없다고 보는 것인가? 연애에 대한 관점도 정치적, 사회적 관점만큼이나 다양하며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개인적 감정의 지나친 치중이 다른 곳에 돌려야 할 관심을 기포로 둘러싸 버린다. 그렇다고 그러한 개인적 취향의 집중이 공동선과 덕의 추구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연애 드라마들에서는  현재의 개인들이 사회생활에서 느끼는 정치적, 사회적 감정에 대한 관심이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여자 주인공이 회사를 나오거나 이혼을 하는 일에 대한 개인적 짜증만이 있을 뿐 거기에 담긴 배경에 대한 분노나 기술이 없다. 모든 문제를 개인의 감정과 처신의 문제로 돌린다. 직장을 당장 그만두어서는 한 달도 생계를 잇기 힘든 상태와 그로 인한 남자 주인공에 대한 의존이 주인공 자신에게 짜증을 일으키지만 그 과정에서 여자 주인공이 느껴야 할 사회적 감정은 전혀 없다. 직장을 그만두니 먹고 살기가 힘들고 남자에게도 눈치보이니 직장을 잡아야겠다는 식의 커리어 우먼적 환상이 그 과정에서 응당 나와야 할 감정을 지운다. 왜 실업에 대한 사회적 보장책이 없는가? 왜 개인이 직장을 잃게되면 그에 대한 처신을 모두 혼자서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의식이 동반되지 않는다. 그저 연애과정에서 지켜져야 할 '균형'의 보존에 대한 욕구로 넘어간다. (물론 과거에 비해 그러한 균형을 의식한다는 것 자체가 장족의 발전이기는 하다)  

정치적 감정이 각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다르며 그러한 매체에서 그러한 정치적 성향을 포섭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그러나 연애는 그러한 측면에서 더욱 민감한 감정을 다루고 있다. 개인이 느끼는 성적 이상형이 모두 다르고 상대와의 연애 과정도 모두 제각각인데 그러한 차이를 연애 드라마는 어떻게 포섭하고 있다는 말인가? 오히려 최근에는 개인들의 제각각인 정치적 성향에 대한 포섭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텔레비전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정부의 실정에 대한 국민들의 총체적 반대 등을 볼 때 정치적 성향을 상당부분 포괄하는 접근이 가능하지 않을까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에 있어서도 자명한 형태의 선악구분과 '공공의 적' 식의 개인에 대한 분노와 그것의 보복적 형태의 해결은 지양되야 할 접근이다.
 
2008/07/13 11:41 2008/07/1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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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kona 2008/07/14 21:55 Modify/Delete Reply

    다수의 사람들이 연애드라마에 나왔던 형식으로 연애하려들지 않나? 난 오히려 실재의 연애가 연애드라마에서 나왔던 전개의 재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니까 나를 제외한 다수가 그렇다고. 하하;; 그나저나 넌 아침드라마도 보는군. 좀 짱인듯.

    • wizmith 2008/07/15 12:15 Modify/Delete

      kona// 다수와 본인을 구분하려는 어설픈 변명은 집어치우시지ㅋ 아침드라마 아니다 -_-;; 일일드라마일 뿐.

  2. kona 2008/07/15 15:57 Modify/Delete Reply

    어디가나 freak 소리를 듣는 나를 다수에 넣는건 다수를 너무 가혹하게 다루는거야 친구.

    • wizmith 2008/07/15 18:28 Modify/Delete

      kona//시끄럽고. 술 사갈건데 바카디가 좋으냐 데킬라가 좋으냐? 아니면 초콜렛 리큐르 뭐 이런걸로 사가랴?

  3. kona 2008/07/16 09:20 Modify/Delete Reply

    물론 데킬라!

    • wizmith 2008/07/16 12:22 Modify/Delete

      오케이. 바로 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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