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한 경제학자들 / 2005.8.27

Ceteris Paribus 2006/04/04 06:12
경제학이라는 사악한 학문에 손을 댄지도 벌써 어언 일년 반이 넘어간다. 그런 주제에 아직도 수요와 공급밖에는 영 감이 잡히지 않는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게다가 내 관심사항이 게임이론이라 수요-공급 보다는 인간행동이론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이 사실이긴 하나)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물음을 가끔 던진다. 경제학자라면 항상 의당 현실의 문제들을 그들만의 단어로 잘라내어 재단하고 해석하고 그래프를 그려야 할까. 나는 정작 전혀 그렇지 못하다. 내일의 주식 장세를 아는 것도 아니고 (다만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바람은 강하게 있다 -_-;) 백화점의 물품들에 매겨진 가격들을 더 깎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마트가 최저 가격제 실시 뭐 이런거 붙여놓으면 저거 암묵적 가격 선도에 반독과점 형성이다 뭐 이정도나 지적할 수 있는 거지. 그래서 이른바 '천재'라고 불리는 경제학과의 신동들과는 게임이 되지 않는 형편없는 경제학도이다.

이런 내가 경제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웃을 지 모르겠지만, 내가 선택할 전공에 경제학 외에는 다른 대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있잖은가. 5지 선다 객관식에서 하나씩 아닌거 지우다보면 답이 나오는 (이런걸 나는 Negative solving 이라고 부른다) '전통적인' 방식을 사용해 결정한 전공이다. 그러니 적어도 하지 못하는 건 아니라 이짓을 한다는 말이다. 사람들의 '죽지 못해 산다'는 푸념처럼.

오늘날의 경제학자들은 피로해있다. 나와 같은 이유에서 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느날부터인가 그들의 임무는 경제라는 인간의 행동 자체를 통찰하기 보다는 매개가 되는 상품과 돈의 순환만을 통찰하는 것으로 전화되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있다. 무엇을 탐구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모두가 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치숙' 이라는 소설에서도 등장하는 말이지만 생판 써먹을 데도 없는 학문을 무엇하러 하는지 모두가 의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들의 한계에 직면하고는 피로에 싸여 지친숨을 몰아쉰다는 느낌을 그들에게서 받고있다.

모두가 피로한 경제학. 오늘날의 '뛰어난' 경제학자는 현실에서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 것처럼 보인다. 그러기에 나는 현실을 말할 수 있는 경제학자가 되고 싶다. 의당 경제학자라면 가져야 할 경제활동의 주체인 '인간'에 대한 통찰에서 우러나는 예측력의 발휘. 내가 갖고 싶은 그것이다
2006/04/04 06:12 2006/04/04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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