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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기획의 딜레마

손가락 2008/05/11 20:15

얼마 전에 휴가를 나가서 전에 사촌동생과 빈둥서리면서 유튜브로 음악을 듣다가 펜타포트 2008 라인업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7월 말 공연이니 3월 중순까지는 라인업이 다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작년, 제작년 두 해 모두 그랬듯이 6월 중순이 넘어와서야 급하게 라인업이 확정되고 심지어는 작년 같은 경우에는 데미안 라이스의 공연이 공연 며칠 전이었던가에 급하게 취소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기에 새삼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생각을 하면서 내심 '코리안 디스카운트'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적용하는게 아닌가 했다. 실제로도 그러했고. 여간 그런 잡스러운 생각들을 하면서 인터넷을 접속해 확인을 했다. 그래서 확정된 라인업이 바로 위에 보이는 저 라인업. 3일동안 2개의 스테이지에서 24개 팀 정도가 공연을 해야 하는데 (그루브 세션은 정규 공연 일정 이후의 공연이므로 사실상 제외한다고 치면) 현재 13개 팀 정도가 공연을 확정한 상태이다. 반 정도에 불과하다. 그 중에서 메인 스테이지 공연이 예상되는 팀은 6개 팀 정도. 나머지 7개 팀은 서브 스테이지에서 공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공연이 1달 반여 남은 지금 시점에서 왜 아직까지 공연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는가이다. 사실상 펜타포트가 일본 후지락의 사이드 메뉴에 가깝다고 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만 심지어는 후지락에서조차 공연이 확정된 팀들에게도 실상 공연 일정을 확정받지 못했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올해 초에 반드시 펜타포트에 참석할 것처럼 내걸었던 My Chemical Romance (이하 MCR) 은 현재 7월 한국 투어일정이 잡혀있지 않다. 심지어는 공식적인 MCR의 올해 투어일정은 모두 끝났다고까지 하는데 올 초에 펜타포트를 미끼로 낚았던 수많은 관객들에게는 (꼭 펜타포트 때문에 보러 간건 아니겠지만) 무슨 변명을 할지 기획사에 묻고 싶다. 위의 라인업을 보아하니 Underworld와 Hard-Fi, Travis를 메인 공연으로 잡은 듯 하다. 매년 보이던 'British Rock Forever'라는 피켓을 들고있던 말머리 관객(다녀 온 사람들은 뭘 말하는 지 알 것이다...광란의 말머리...큭)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것인가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게다가 내 생각에 Hard-fi는 거의 런던 로컬 밴드(팬들에겐 죄송하나 인지도 면에선..). 소위말하는 음악팬 전반에 대한 대중성도, 그렇다고 해서 음악계에서 활동하는 폐인들의 취향도 잡지 못한 이 어중간한 라인업을 어찌하란 말인가.

공연기획사가 돈이 없다, 돈이 없다 하는데 확실히 공연기획사가 대중성을 확보하고 싶다면 대중 음악 기획사와 손을 잡고 거대마케팅을 펴서 표를 마구잡이로 팔아대던가, 아니면 확실한 라인업을 구축해서 30만원을 내고라고 올 사람들을 만들어 내던가 해야 할 것이다. 전자에 대해서는 설득을 해야한다. 황량한 대우자동차 부지에 스테이지 하나 더 만들고 대중음악 가수들 불러들여서 공연하게 하면 될 것 아닌가말이다. 가끔 한국 대중 음악가들을 무시하는 위인들이 있는데 과연 한국 대중음악의 전반적인 역사가 그렇게 짧은가라고 묻고싶다. 물론 펜타포트는 유명밴드들의 공연에 목마른 폐인들의 외침에서 기획이 시작되었지만 내가 본 바로 이미 철저하게 상업적인 기획 위에서 추진되었다. 비단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젊은이들 뿐만이 아니다. 훌륭했던 과거의 대형가수들을 초빙(?)해 40대, 50대의 중년의 관심을 끌어모을 시도를 해야한다. (그런 면에서 조용필 아저씨 고고. 얼마있다가 40주년 공연하시는데 ㅋ). 한편으로는 대중음악 기획사가 방송공연위주에서 자체공연기획 위주로 체질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합적인 시장개척이 필요한데 (말하자면 공식적인 장터가 있어야 한다) 펜타포트를 그런 방편으로 사용하면 좋지 않겠는가는 생각을 해본다.

후자에 대해서는 누가 30만원씩 내고 오느냐고 하지만 참고로 서머소닉 가보니 사방에서 미군들이랑 뛰어노는 한국 사람들 있더이다(머, 나도 그 중 하나..). 로컬밴드하는 애들 우습게 보면 안된다. 이 사람들 정말 공연보러가게 생겼으면 기타팔고 꾹꾹이 팔아서라도 공연 보러온다. 게다가 한국 공연시장은 최근 몇년간 상당히 성장했다. 라인업에 오른 소규모아카시아밴드가 그 산증인 아니던가? 허밍어반스테레오는 이미 언더밴드가 아니다. 게다가 확실하게 대중성과 매니아성이 있는 밴드들 두어개만 확보가 되면 올 사람들은 많다. 첫 해의 경우에는 The Strockes와 Black Eyed Peas,Placebo, 그리고 깜짝 라인업으로 Story of the year가 있었는데 이 정도 라인업만 되도 30만원이면 본전 뽑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꽤 된다. 게다가 15만원이면...금상첨화다.

공연기획에 적자가 나는 것은 사실 지나친 관객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데에서 오는 것이 크다. 첫해에는 3일 내내 악천후라는 조건속에서도 나름 적자는 면했다고 하지만 두번째 해에서는 날씨도 좋았고 준비도 수월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공연의 질이 하향되는 것같은 느낌은 나만 받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내 사촌동생의 말이 가관이었다 : 이건 뭐 쌈싸페 - 쌈지 싸운드 페스티벌 ; 로컬 인디밴드 페스티벌 - 도 아니고 -_-;) 어째 작년에 적자났다고 하는 공연기획사의 푸념이 올해는 내년부터는 못하겠다는 말로 이어지지 않을지 심히 걱정된다. (뭐, 부지계약이 올해까지니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할지도.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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