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거시숙제를 끝내고 받아놓은 '제빵왕 김탁구' 마지막 회를 시청하였다. 하아. 미국에 와서도 결국 한국 드라마를 보는 상황이 좀 아이러니 하기는 하지만 태생이 그런 것을 어찌할지. 사방이 영어로 둘러싸여 (정말 이동네는 전형적인 미국 도시이다. 심지어는 작은 한국 음식점에서조차도 한글 간판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백날 영어로 떠들어대도 집에 들어와서는 한국 웹서핑에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여간. 통속적인 권선징악 스토리 라인에 지나치게 밝은 남자 주인공과 지나치게 못난 안티 히어로들이 등장하고 여자 주인공이 이야기 전개 도중에 산(?)으로 가버리는 우를 범하기는 하였으나 나름 간만에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이다. 요즘 KBS가 수목 드라마를 거의 점령하다시피 한거 같은데 (아이리스-추노-김탁구) 의외로 드라마들은 방송국이 하는 작태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이런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양가성이라고 해야하나, 여간 KBS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있는 듯 하고.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가고 있는데, 드라마의 스토리는 제껴두고 상당히 진정성이 있는 드라마였다.
무엇보다도 확실히 세대가 (드라마를 시청하는 세대도, 만드는 세대도)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성공에 대한 인식이다. 확실히 과거 드라마는 같은 전형적인 주제들 -출생의 비밀, 가족 기업, 암투-을 다루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이 본인 자신의 삶의 의미를 충족시키기보다는 (물적, 심적) 소유욕에 근거한 이야기의 전개를 따랐다. 굳이 따지자면 '부숴버리겠어,' 뭐 이런 마인드인게다. 그러니 소위 말하는 '욕하며 보는 드라마'가 생겨난 것이고, 뻔한 자극에 따르는 그야말로 '배설적인' 카타르시스를 양산하는 형국이었다. 이에 반해 본 드라마는 주인공이 '제빵왕'이라는 다소 웃기면서도 소박한 제빵사를 목표로 삼고 사람 자체를 위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조금은 다른 점을 보인다고 하겠다. 말하자면 성공이라는게 단순한 소유라는 정적 상태에 그치지 않고 성취라는 동적 상태를 이루는 과정으로 표현했다는 것인데 (굳이 경제학의 표현을 쓰자면 이룰 수 없는 steady state을 만들어내려고 하기보다는 steady state으로 가는 equilibrium path를 찾아 여기에 올라타는 것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고나 할까) 이러한 변화가 확실히 세대가 변하면서 나타난 인식의 변화를 잘 잡아내고 있다.
또한 생각보다 이 드라마가 통속적인 전개과정을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을 맺는 방법을 잘 선택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드라마의 마지막회라는게 주인공들의 뒷이야기를 담아주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어찌어찌 잘 살았습니다 하고 급마무리 하는 형식을 띠는게 전형적이었고 이 드라마도 그 흐름에서는 역시 벗어나 있지 않은데 그 끝맺음이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게 마무리되었다는 점에 칭찬을 해주고 싶다. 뭐 말하자면, 중요한건 메시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