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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공고
글쓴이의 전공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대한 글이 최근 몇 년 사이에 눈을 씻고 찾아 볼래도 찾을 수 없었던 이 공간. 굳이 변명을 하자면 뭘 모르던 소시적에는 아는 게 하나만 생겨도 신나게 글을 올려제끼고 본인의 무지를 방패(?)삼아 글이 내포한 심각한 위험성을 그냥 넘어가곤 했는데, 이젠 좀 더 아는게 생기니까 쉽게 어떤 상황에 대한 주장을 하지 못하게 되었더라 정도로 변명할 수 있겠다. 어쨌든, 간만에 본인의 전공에 대한 재미없는 이야기를 또 해보려고 한다
일반적으로 consumer theory라고 한다면 많은 대학생(들과 고등학생들이) 경제 교과서를 펴면 등장하는 수요-공급의 관계를 규명하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전형적인 경제학의 영역을 다루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본인이 학부생때 지도교수께서 경제학은 수요-공급으로 시작해서 수요-공급으로 끝난다고 하셨는데, 어찌보면 간단해 보이는 이 관계 안에 상당히 다양하고 복잡한 주제들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교수님의 말씀에 부분적인 동의를 보내본다. 사실 수요-공급이라는 것은 소비자가 생각하는 적정 가격과 그에 따른 개인의 수요, 그리고 이를 전체적으로 총합(aggregation)한 총수요를 예측하고, 공급자도 비슷한 형태로 총공급을 예측하여 그 접점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시장청산(market clearing)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각 소비자와 공급자가 서로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있고, 이를 토대로 서로의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여 적정 가격을 제시하는 일종의 경매상황과도 유사한 상황이 동반되는데, 이러한 부분은 학부생 및 고시생들이 배우는 기초 경제학 시간에는 거의 생략된 부분이다. 즉, 기본적으로 소비자와 공급자가 동등한 정보와 위치를 가지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는 불완전하고 비대칭적인 정보 - 소비자는 공급자의 생산비용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공급자는 소비자의 수요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며 - 에서 비롯한 비대칭적인 상황 - 공급자가 (대체적으로) 우월한 상황에서 시장 가격을 결정한다 - 을 우리가 바라보고 있기에, 이러한 밑도 끝도 없이 생략된 가정에서 비롯한 이론이 많은 경제학 입문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경제학 입문자들이 아담 스미스부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니)
게다가 한국의 상황은 미국의 상황보다 더욱 비대칭적인 상황인데, 이는 핸드폰 시장 하나만을 봐도 알 수 있다. 단적인 예로 애플의 아이폰을 볼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애플의 가장 큰 장점은 fancy한 디자인도 아니요, 하이엔드급의 기기 성능도 아닌,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마치 잘 작동하는 것 같이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소프트웨어의 부드러움에 있다. (software니까 soft하지. 이건 무슨 말장난인가 싶다.) 말하자면 소비자가 원하는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고, 그에 대한 willingness to pay를 예측한 가격 산정을 통해 시장에서의 위치를 점한다. 그리고 제품군의 다양성을 최소화해서 제품군의 가격차별화를 확실하게 하고. 물론 독점적 지위와 관련해서 말이 많기는 하다만, 일단 그런 것은 제쳐두고서 볼때 경제학에서 보는 공급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한국 기업인 삼성은 일단 생산자 위주(만)의 생산을 한다. 즉, 하드웨어의 성능향상과 (상당한 부분이 인건비 착취에서 비롯되는) 비용 최소화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아니, 소비자가 컨수머 리포트 필진도 아니고 cpu성능의 차이를 얼마나 체감하겠냐고. 오히려 하이엔드 부품 달아놓고 무겁고 비싼데다가 소프트웨어 이식이 낮아서 기기성능의 반도 제대로 체현하지 못하고 버벅거리는 삼성 핸드폰보다는 실제 성능이 느리던 빠르던 더 부드럽게 움직여주는 애플 아이폰이 더 '빠른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지. 그걸 캐치하지 못하고 광고 내내 애플보다 기기성능 상으로는 훨씬 좋다고 선전해봐야 그게 얼마나 먹히겠냐는 거다. 생산자가 해야하는 역할 중에 소비자의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야 하는 역할이 동반되야 시장 청산과 균형가격이 나타나는데, 그걸 못하니 계속 과공급이 생기고, 그런 과공급을 인건비 및 요소가격(하도급 부품가격) 착취로 메꾸려고 하는 상황이니 이건 뭐 멍청한 상사 덕에 부하들만 쥐어 터지는 꼴이라.
이건 뭐,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이야기하려는 것 보다는, 기초적인 이론이 얼마나 강력하고 정확한 실제 경제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해주는 예시인거라. 말하자면 이 글은 많은 경제학에 입문하는 초년병들이 기초이론을 등한시하고 간단하게 설정된 ceteris paribus라는 '가정' 안에서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에 이런 저런 상황 설명을 해주려고 쓴 일종의 변호문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