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할 이야기가 많아

손가락 2006/09/17 02:00

오후에 간만에 고등학교 때의 절친했던 친구와 만나 식사를 했다. 지금은 둘 다 학과 공부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한 달에 한 번이나 만날까 자주 보지 못하지만 마음이 잘 통하는 친구 중의 한 녀석이다. 나와는 조금 다른 전공을 가지고 있는데 나의 묘한 부추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자기가 원하는 길을 (리스크를 무릅쓰고?) 택한 멋진 녀석이다.

간만에 술이 고팠던지라 타이트하게 마시기 시작했는데, 몇 잔 마시지도 않았는데 말이 많아졌다. 이것 저것. 일찍 할 일이 있어 집으로 들어가다보니 온갖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뛰어놀기 시작한다.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한 여성들에게서 눈을 떼려는 나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에서부터 시작해서 나오기 전에 풀고 있던 게임 문제까지. 많은 것들이 뇌속을 뛰어다닌다. 좋아했던 사람과 잊어버리려고 노력했던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과 별의 별 사람들. 하고 싶었던 것들과 하고 있는 것, 그리고 아직까지고 포기하지 못한, 하고 싶은 일들도.

지금은 병역을 치르고 있는 친한 친구 녀석이 나한테 붙여준 별명 중에 좀 웃기는 게 있다. '술만 마시면 천재'라고. 술만 마시면 고등학교 이래로 쌓아온 각종 잡식과 거친 입담과 걸걸한 목소리가 대책없이 튀어나오면서 정말 '천재'스러움을 보여준다나 뭐라나. 생각해보니 좀 웃기다. 남들은 '술만 '안' 마시면' 이라는 수식어로 표현되는데 나는 어찌되었는지 술을 마셔야 정상인 취급당한다. 역시 난 술 없이는 못사는 인간인가?
2006/09/17 02:00 2006/09/1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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