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는 대학에 들어오면서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못만나다가 셋째가 대학 입학한 이래로 처음으로 셋이 모이게 된 것이다. 게다가 셋째는 내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해서 나름 각별한 사이인데 집안에 문제가 좀 생겨서 어찌어찌 좀 소원하게 지내왔던 터이다. 술을 많이 마시고 치킨을 사서 손에 들고는 셋이 집에 들어와서 위층에서 노가리를 까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둘째는 곧 고시공부와 독일 유학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고 나는 곧 군대를 결정해야 한다. 이제 말 그대로 생계의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는데 셋째는 역시 1학년이라 그런지 연애문제가 상당한 고민거리였다. 사실 나도 그렇고 둘째도 그렇고 1학년은 거의 밴드생활로 날려버려서 연애에 대해 그닥 자문해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이야기를 하다보니 좀 이기적이라는 생각도 들고, 무능하다는 생각도 들고 별달리 내가 해 줄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차라리 공부를 하거나 전공선택을 하거나 혹은 수학문제를 푸는 일이라면 조언해 줄 수 있겠건만, 연애사에는 자신도 정통하지 못한 것이 자명함에도 불구하고 쉰소리를 해대다니. 어쩔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해서 네가 원하는 일을 해라 라고 밖에 말하면서 씩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문득 그 웃음이 바로 썩소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는 당신이나 당신 앞가림이나 잘 하지라는 동생들의 비웃음이 들리는 듯 한게 괜한 기우이길 바라건만. 이것도, 저것도,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지, 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