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존재의 버거움
손가락 2005/08/26 00:46그렇기에 모두가 자신을 어딘가에 내던지고 있다. 에리히 프롬이 말한 것과 같이 자기 자신을 어딘가에 내던지고 싶어하는 마음,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어떤 무엇엔가로 자신을 내던지는 그러한 로맨틱한 사랑을 꿈꾸는 것이다. 혹은 신에 몰두하던지, 그도 아니라면 자신의 삶의 목표를 꿈과 이상의 정교하고 화려한 이탤릭체의 문양으로 꾸며진 양장본의 책 표지처럼 꾸미고는 그에 몰두한다.
문득 나는 나 자신이 매몰되어 가고, 스스로를 어딘가에 내던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긴 회한과 답답함, 그리고 참을 수 없었던 나의 자괴감마저도 나의 실존성, 스스로 서 나아가야 한다는 완전한 실존성에 대한 의지와 상반되는 감정적인 의존성과의 팽팽한 실 위에 맞닿으며 생긴 마찰음인 것을 불현듯 깨닫는다. 그러기에 긴 시간, 나의 삶에서 '사랑'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고민했고 방황(?)했던 것일지도.
그래서인지 지금 나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임을 외치고 싶어하는 장인의 심정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자문한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임을 외친다고 해서 나에게 진정 그 무엇이 바뀌는 것일까. 지금까지 나는 그러한 욕구를 참아왔다. 정확히 말하자면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정작 바뀌는 것은 없다. 나는 소리를 질러야 할까?
나는 대나무 밭의 한 가운데에 서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