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노는 동안에 오랜만에 통기타를 쥐고 놀기 시작했다. 동생은 또 시작이라고 투덜거리면서 독서실로 (고3이다), 어머니는 옆 집 친구집으로 떠나가고 주말에 집에 남아서 혼자 기타를 치고 놀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기타를 처음 배울때는 통기타를 정말 촌스럽다고 생각했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80년대 막판에 내가 보았던 일렉기타들의 향연 (어렸을때 백두산이니 시나위니 하는 밴드를 꽤나 좋아했기에) 에 눈이 팔려서 어쿠스틱 사운드를 그다지 세련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기타를 배우기 시작할 때에는 처음에야 통기타로 배우지만, 코드를 다 배우고 나서 솔로를 칠 수 있게 되자마자 바로 일렉으로 기타를 바꾸고 온갖 잡스러운 기술들을 배우기 시작했다. 덕분에 일전에도 밝혔 듯 학창시절을 메탈의 늪 안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보냈지만. 어쿠스틱 사운드를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다시 듣게되니 깊고 거센, 사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통기타를 치면서 놀다보니 한동안 잊고 지냈던 중지와 검지에 생긴 물집과 그에서 오는 묘한 쓰림, 희열이 느껴진다. 기타를 치면서 즐거움을 느낀게 오랜만이다. 어느새 난 기타를 공부와 양립할 수 없는 값비싼 대가의 취미생활, 실력상승 없이 지지부진한 경쟁수단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잘치든 못치든, 나 혼자 그것을 play하면서 play하고 있다는 느낌. 비로소 왜 악기를 연주할 때 play라고 하는지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며칠 남지 않은 여름방학, 통기타의 굵고 억센 6현과 함께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