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

손가락 2007/01/09 23:36

간만에 고등학교 친구와 저녁을 함께 했다. 학기 중에도 자주 보지 못하고 서로 바쁜 와중인지라 방학 때에도 딱히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저녁을 함께 하게 되었다. 항상 그렇듯이 서로 앞으로 살아갈 이야기를 하고 한탄을 하고 서로의 뜻을 알아주기를 기대하면서 곡절없는 말들을 풀어놓는다. 나는 나대로의 횡설수설을, 그는 그대로의 횡설수설을. 어느새 그와 나는 7년 전의 철없던 고등학생이 아니라 레테의 강물을 상당히 오랫동안이나 들이킨, 그런 두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는 나의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상담을 그가 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물론 그는 응낙했다. 이른바 친한 친구들이 항상 그러하듯, 그리고 상당히 노골적이며 세속적인 나의 질문과 기대에 부응하듯이. 나는 이야기를 했고, 그는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역시나 그의 대답은 그러했고, 나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상책인가 중책인가, 아니면 하책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 방법이 있는가의 문제였다. 하지만 다른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문득 인간 만사라는 것이 어느새인가처럼 (흔히 비유하듯 스타 빌드오더 굳어가듯이) 정형화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진심의 표현 방법이라는 것도, 진실이 통한다는 것도 어느새 정형화되어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누더기 천에 덮여 그 안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 다들 관심이 없는, 그런 input과 그런 output의 정형화가 기정사실화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조언한 친구의 호의를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그는 나에게 이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런 이야기를 해주었을테니.

고등학교 때 버클리의 전기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simple is the best. 하지만 어느새 내가 서있는 이 땅은 simple is the worst 가 되어버린건 아닌지 회의가 든다. (말하자면 DRM으로 만들수 없는 mechanism이라는 거다)
2007/01/09 23:36 2007/01/0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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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iberius 2007/01/10 12:56 Modify/Delete Reply

    언제 시간 되면 한 번 봐요~난 오는 일요일도 괜찮아요. ㅎㅎㅎ

  2. 루드빅 2007/01/11 11:40 Modify/Delete Reply

    누구야?? 누구랑 데이트했어?? ㅋㅋㅋ
    나도 일요일 시간 좋은디...코나씨는 언제 보기로 했소?

  3. wizmith 2007/01/11 19:10 Modify/Delete Reply

    루드빅//글쎄다. 마틴 루터 킹 기념주간에는 나온다는데 이번주는 잘 모르겄다. 전화해보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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