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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6/17 Life for what

Life for what

시간 2007/06/17 22:55
입대 한지 벌써 두달이 넘었다. 어찌하다보니 나름 편하다고 하는(?) 곳에 배치를 받았는데 살면서 느끼는 건 역시나 군대라는건 그래봤자 군대라는 사실 뿐이다. 백날 땡보라고 해봐야 어디 민간인과 같겠는가. 정말 많은 것을 희생하고 자신을 깎아내는 하루하루를 견뎌내 가고 있는 중이다. 후반기 교육 때 배운 군가 중에 '버티자 버텨'하는 구절이 있는데 정말 그 구절을 하루에도 몇십번은 되뇌이면서 아랫입술을 씹고 있다. 삶이 고단하다는 말은 정말 이럴때 쓰는 말이 아닐까. 3주가 다 되어가며 조금은 적응이 되어 가는 것 같으면서도 아직도 어색하고 경직된 부분이 대부분인 것은 어쩔수 없다. 애초에 나는 군대 체질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니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닌 것이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훈련소 시절부터 남는 시간에 훈련 수첩 빈 칸에 틈틈히 많은 것들(?)을 적으려고 노력했다. 오늘은 그 첫번째 꾸러미를 한번 풀어보고자 한다.  

사람은 무엇으로 살까? 진작에도 했던 질문이지만 대답하기 참으로 까다로운 질문이다. 나는 인간임, 혹은 나의 존재하고 있음을 나의 공부에서 찾아왔던 것 같다. 진리를 찾는 것, 혹은 그 길에 오르는 것이 나의 존재성의 제 1 구성원소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이유는 오직 그것 뿐 이었으니까. 그런데 기존의 진리 탐구의 물리적 환경요건이 제거되면서 그것이 뒤틀려버리게 되었다. 과연 나의 존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원소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나는 나의 삶을 무엇으로 지탱해 나갈까 하는 문제를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육체를 버리는 것은 그런 면에서는 참으로 간단하고도 유일하며 명확한 근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어떤 미래나 과거에도 연연할 필요없이 현재적인 자신의 결단만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므로. 즉, 현재의 자신의 존재성을 내가 지금 당장 존재할 수 있는가, 혹은 없는가의 명확한 구도안에서 묻는 것이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의 그 결단들처럼. 그리고 그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의 선택을 마치고 답을 기입하려는 순간에 나는 시험지의 뒷면을 우연치 않게 보게 되었다. 그곳에는 가공식품포장지 뒷면의 부작용 설명에 대한 글귀만큼이나 작은 글씨로 나의 삶의 제 2의 구성원소는 무엇이냐고 써 있었다.
제 2 구성원소라. 나는 여태까지 제 1 구성원소의 문제에만 매달려왔고 그것이 지금까지 옳았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나의 삶이 단 하나의 구성요소로'만'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에 있다. 물론 나는 많은 측면에서 나의 삶이 순수한 진리탐구의 목적으로 이루어진 결정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데 문제는 삶이 그러한 결정 원소의 공급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유지되고 있다는 명확한 사실이다. 과연 이 삶이 얼마나 더 지속될 것인지는 알 수 없겠지만.

앞으로 나의 삶이 얼마나 지속될 지는 알 수 없다. 나는 항상 나의 삶을 가장 전위적으로 마칠 수 있는 많은 방법들을 생각해 두었고 여러번의 시도를 해왔다. 물론 많은 부분에서의 착오로 미수만으로 끝난 전례들이지만 말이다. 나는 솔직하게 내 삶에 다른 요소들이 섞여들고 있다는, 혹은 이미 섞여 있었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금할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의심이 점차 확신으로 바뀌어가는 이 상황에 대해 몸서리치고 두려워하고 있다. 누가 나를 구출해 줄 수 있을까? 아니 나는 이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2007/06/17 22:55 2007/06/1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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