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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락'하면 안되나?

손가락 2006/05/30 23:49

방학 때는 정말 졸업하기 전에 한번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여기저기 백업멤버를 구하는 밴드를 알음알음해서 알아보면서 어떤 스쿨밴드(?) 멤버들과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나름 거나하게 취하는 모임도 아니었고 서로 초면인지라 (중간에 아는 사람은 있지만) 민감한 이야기를 하지 않던 중에 그 멤버 중 하나가 불만스러운 토로를 하였다. 옛날에는 어떤지 몰랐어도 지금은 아마추어고 언더고 뭐고 밴드하기 너무 힘들다고. 정말 '락' 할 맛 안난다는게 말의 요지였다. 그리고 그 문제의 정점에 서있는 원인을 지적한 것이 대한민국 대중 및 정부의 (이른바 '꼰대'들의)  음악에 대한 무지몽매함이었다.

말하자면 아무도 우리에게 격려 한 마디 해주지 않고, 그저 쫓아내려고 할 뿐이더라는 것이었다. 사실 나도 조금은 (길게는 아니고)  밴드생활(?)을 해봐서 알지만 역시 중요한 건 돈 문제다. 문제는 그러한 돈의 대부분은 그 '꼰대'들의 주머니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하다못해 음반계약을 하거나 공연계약을 하거나 뭘 하더라도,  결국은 설자리가 없어졌다 이런 말일진데. 하지만 어디에서부터 문제의 원인이 있는지는 다시 파악해봐야 할 문제이다. 물론 음악적인 교류도 제한되어 있고, 물질적인 제약도 심한 한국에서 이른바 음악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는 직장인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는 한탄의 정도와는 비교를 하는 차원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과연 그럴까도 생각해 봐야지. 직장생활이 더 힘들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우리가 선택한 길에 대해 남들을 탓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음악을 듣는 세대들의 공감이며, 누구에게 지지를 받을것인가에 대한 문제라는, 초등학교 기악부의 심벌즈 주자도 알만한 가장 기초적인 문제인 것이다.

누가 진정한 '락'을 하느냐의 문제는 이미 오래 전에 종지부 찍은 논쟁이다. 내부의 창작성의 결여와 소극적 어프로치, 혹은 어설픈 대중인식과 작품성의 줄타기는 오히려 옳지 않다. 어디에서부터 시작할 것인가의 문제는 무엇으로 인하여 음악을 시작했는가의 문제이다. 하다못해 데모테입도 항상 들고다니지 않고, 멤버 중 누구도 레코딩 기술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밴드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정해져있다. 당신이 설사 진정한 천재라고 하더라도, 어떤 준비도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 (불행하게도 나는 진정한 천재를 본 적이 없는 지라 (적어도 음악한다는 사람들 중에서는)) 자기관리와 준비성, 리더쉽, 사교성은 직장인과 CEO 혹은 취업준비생만을 위한 과제는 아니다. 물론 이 사회가 그러한 것들을 요구하는 정도로 사회에 출품되는 인간에게 완성된 상품성을 갖고 있을 것을 요구하는 것이 꼭 바람직한 자세만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러한 상품성의 요구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이 부재한다는 것이다. 제작자와의 소통, 청취자와의 소통, 대중과의 소통, 자기 자신과의 소통, 그리고 팀메이트와의 소통. 타인과의 소통을 통하여 상대가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들을 건네는 것. 길거리,혹은 공연장에서 나눠주는(혹은 판매하는) 데모CD, 가리지 않는 공연, 자신들의 곡과 음악에 대한 (친절한?) 설명, 혹은 납득을 위한 설득, 그것이 감성을 통한 것이든 혹은 지성을 통한 것이든.

살아남기위한 투쟁의 장이 아니라 자기만족과 예술을 위한 예술을 추구하는 것. 삶에 대한 피눈물나는 몸부림에서 나오는 진정성이 아니라 구태의연한 습관적 노력의 일상화를 정당화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바닥의 고질병이다.
그럴바에는 나처럼 용병질이나 하라고. 돈받고 오부리질한다고 욕을 얻어먹을 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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