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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와 사고

손가락 2006/11/04 01:02
밤 늦게 퇴근하면서 집 앞의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눈에 익은 사물을 보게 되었다. 다름아닌 공사장 주변에 둘러놓은 전구 달린 호스. 이 물건을 딱히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는데 수도용 호스에 전구를 넣어서 깜박거리도록 만들어 놓은 것을 생각날 것이다.

멀리서 횡단보도에서 걸어오면서 그 물건을 보았는데, 그 물건에서 발하는 빛이 두 가지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하나는 오른쪽으로 진행하는 방향처럼 보여서 사람들에게 오른쪽으로 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졌고, 또 하나는 그 반대 방향으로의 진행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 물건에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에게 공사 현장임을 인지시키고 접근을 막기 위해서 불빛이 odd position과 even position으로 교차되어 바뀌도록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보는 편이 오히려 타당하다. 그런데 왜 나는 그 불빛에 다른 의미를 부여했을까?

인간의 현상에 대한 수용과 해석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즉, 실제의 형태를 받아들이는 것과 그것을 의식 작용을 통하여 해석하는 사이에는 필연적인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식작용을 객관화하기 위한 작업이 이루어졌었는데 그 선두에 서 있던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바로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이다. 이른바 현상학Phänomenologie의 창시자로서  엄밀학으로서의 철학을 주창했던 사람이다. 후설은 위에서 제시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른바 현상학적 환원 이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말하자면 받아들이는 사물에 대한 일체의 주관적 판단을 지우고 (판단중지) , 받아들여지는 것의 표상에 대한 해석작용을 있는 그대로 구성함으로서 현상에 대한 '객관적' 접근을 가능하게 하여 철학이 가지는 '그때 그때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최소화하고, 가장 확실한 것에 대한 접근을 도모하자는 의미였던 것이다. 그의 후학으로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문제는 이 빌어먹을 놈의 판단 중지와 현상학적 환원이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를 모른다는 점에 있다. (나는) 그것이 단지 사물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무엇'이다라고 판단하는 순간에 이르러 판단 중지와의 모호한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엄밀학으로서의 철학'과는 배치되는 면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무엇이 객관적인 상황 판단의 도구가 될 것인가? 그에 대한 또다른 형태의 해답은 조금 더 시대가 흘러 언어철학의 대두와 함께 현대 철학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며 그 갈피를 찾아나가게 된다. 말하자면 이 글은 비트겐슈타인이 등장하기 이전의 폭풍전야를 나타내는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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