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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치를 기억하다

손가락 2011/11/03 11:41
 한미FTA라는 것이 그동안 상당히 두루뭉술하게 설명이 되어왔다. 본질적인 잘못은 노무현 정부가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않은 채로 진행을 시킨 데에서 시작하겠지만, 더 큰 잘못은 현 정부가 (노무현 정부당시에도 논쟁 중이던) FTA의 몇몇 독소조항을 미국의 요구대로 그대로 받아들이고 치적용 성과를 위해 빠른 비준을 국회에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이는 어떤 면에서 현 정부의 소위 말하는 자원외교와 맥락을 같이하는 대표적인 망국의 시책 중에 하나인데, 자원외교가 단순히 세금을 해외에 헛뿌리는 단순한 '남 좋은일'의 분류에 속한다면, 이는 단순한 남 좋은 일을 뛰어넘어 내가 '피 보는' 정책에 속한다면 면에서 망국의 치세로는 더 높은 순위에 속한다고 하겠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망국의 치세의 최고봉은 누가 뭐래도 4대강이요.)

 이야기가 잠시 산으로 가고 있는데 한미FTA는 지금의 상태로 체결된다면 심각한 무역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그리고 한미FTA가 미국 정부 내에서는 연방 권고수준으로 취급되는 반면 (미국은 각 주 정부가 대부분의 주 행정에 대한 집행권을 가진다. 연방 법원 및 군사(안보)동원에 관한 특수사항이 아닌 이상 연방 정부가 주정부의 행정권한을 침범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한국에 대해서는 강제성을 동원하는 사항이 많기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형평성을 조절하지 않는 한 SOFA협정 이후 최악의 협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으로 높은 비교우위에 의한 이득을 취할 수 있는가 수준의 문제가 아닌, 국내 정책에 대한 자주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 즉, 미국이 한국 정부의 국내 정책에 대하여 FTA를 빌미로 간섭권을 사실상 갖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다. 게다가 최혜국 대우라는, 고등학교 국사에서 강화도 조약에서 왜 강화도 조약이 불평등 조약인가를 설명할 때 맨 첫 단락에 나오는 사항을 버젓이 위치시키고는 불평등 조약이 아니라며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은 도대체 대학 진학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국민 대다수를 상식 이하의 인간으로 취급하는 것인지. 이젠 FTA 체결하겠다고 국사교과서까지 수정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이 상황의 국회 비준을 앞두고 국회에서의 행태는 상당히 지리멸렬을 넘어서 분노를 동반하게 한다. 먼저 집권여당은 대다수가 골수까지 친미인 자들이므로 할 말이 없다지만 본인들이 한국에서 기득권을 가지고 살고 싶다면 본인들의 기득권에 대한 '자주와 독립'마저 포기하고 싶은 자들은 기꺼이 그리하도록. 야권 제1당은 무리짓기도 못하고 타이밍을 잡는 것도 최악이지만, 이번에도 날치기를 당한다면 (뭐, 집권여당이 국회비준을 원한다면 100%겠지) 다음 선거에 대한 가망인 접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다. 이번에 무려 기호 10번인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는 것을 보고 당신들은 뭘 느낀게 없나? 기호 2번의 힘이 사실은 별거 아니라고. 1번도 씹어먹어 버렸는데 2번은 멀쩡할 줄 아나? 어디서 깃발부대 코스프레질인지. 국민들에게 제1 야당으로 인정을 받고 싶다면 국회의사당 회의장 문에 철심을 박아서라도 막아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 생활하고 미국에서 공부하는 나 조차도 가족과 고향을 등지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비록 내가 여기서 직장을 다니고 대부분의 삶을 여기에서 보낼 것이라는 것도 예상할 수 있지만, 사람의 인지상정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왜, 그 땅에서 사는 사람들은 그런 것을 잊고 사는 걸까? 자신들이 갖고 있는 '자주와 독립' - 비록 불완전 할지라도 - 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  
2011/11/03 11:41 2011/11/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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