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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20

NOTA BENE 2011/03/20 06:56

내가 그 동안 집착해온 진리의 존재 여부와 형태에 대한 나의 고민들이 서서히 그 끝을 보이고 있다. 나는 그동안 진리가 확실하게 존재하며 그러한 확실성에 기반한 '완전한' 형태의 진리를 찾기위하여 고민하였다. 진리의 존재 여부에 대한 증명은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던 바, 그 존재의 확실한 형태에 대해 탐구하였다. 그러나 오랜 고민과 탐구가 거듭되면 거듭 될 수록, 그러한 완전한 형태를 인간의 논리와 이성으로 찾을 수 없다는 실망과 그에 수반한 고통이 더하여져갔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는 진리의 형태에 대한 무의미한 집착을 계속하여갔고, 선인들의 학문 속에서 그러한 길을 발견하려하였다. 그러나 이제 이곳에 이르러 나는 그에 대한 완전한 성취가 불가능함을 실토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것은, 나의 허황된 공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음을! 완전한 도덕과 완전한 세계의 성취는 불가능함을 이제는 실토할 수 밖에 없는 것임을. 신으로부터 받는 세계도, 나로 침잔하여 얻는 세계도, 결국은 완전한 세계가 될 수가 없음은 자명하며 그에 대한 집착이 오랜 세월 나를 고통스럽게 이끌어온 신경증과 우울의 근원이라고 입을 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불완전한 세계, 불완전한 인간. 그리고 불완전한 논리의 세계. 그 어느 것 하나도 완전히 성취할 수 없는 불완전한 세계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은 항상 임시적이고 불변성과 일관성이란 찾을 수 없는, 그야 말로 problem-specific한 해답지들의 모음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할 것은 무엇인가. 나는 이러한 나의 상황을 반추하고 내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야만 한다. 첫째가 될 그것은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 완전함을 추구하는 데에서 오는 고통을 분담하는 것이다. 많은 인간들이 갖는 완전함에 대한 집착에서 오는 고통에 대해 완전함을 찾으려는 노력이 무의미함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나에게 그러한 조언과 시도를 계속해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그들과 '나는 다르다'라는 생각에 그러한 한계라고 하면 할까, 원초적 불완전성을 부정해왔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야 나에게 주어진 문제를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게 되었다. 고통은 짧고 강렬하다. 그러나 나는 만성적 불안과 내 눈앞에 보이는 불완전성을 부정하면서 삶을 진행하는 것이 도리어 '비이성적'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불완전함에 대한 깨달음을 공유해야 할 때임을 알게 되었다.
 둘째는, 현실에서 부딪힌 문제들을 구체화하고 그에 대한 가장 적절하면서도 가장 임시적인(ad-hoc) 답지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결국 논리가 불완전한 세계를 기술하기 위한 시도들의 집합임을 알게 되었다면, 그에 대한 내가 접한 상황에 대한 가장 적절한, 구체적인 해답을 기술해야한다. 물론 그러한 문제들이 작은 차이에도 전혀 다른 답을 줄 수 있는, 타인들이 접한 상황과 그에 대한 해답과 일관적이지 않다고 하더라고 문제와 해답을 기술하는 것 자체가 체계 전체에 있어 그 빈틈을 메우는 좋은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계속 끊임없이 다른 상황과 문제가 계속 밀려오겠지만, 적어도 타인들이 나와 상당히 유사한 문제들을 겪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데 '사회전체'적으로 비효율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
 오늘 이후의 시간에도 나는 끊임없이 오늘에의 결론이 적절한 전회였는지 혹은 보이지 않는 진리에 대한 졸렬한 포기인지에 대한 생각을 할 것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전회가 시작되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17살에 내가 진리를 찾아 나서겠다고 선언한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탐구사에서 가장 크게 선언된 전회임은 분명하다.

2011/03/20 06:56 2011/03/20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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