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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10 Santeria

Santeria

분류없음 2010/12/10 16:34


 어느덧 미국에 온지도 6개월이 다 되었다. 유학생 생활이라는데 이건 뭐 한국에서 생활과 그다지 다를 바가 없다. 다만 연구실에 있는 애들의 국적이 좀 다양화되었다는 점 외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다. 여전히 집에 틀어박혀서 증명들과 싸우고 있고, 소위 말하는 '주류' 학문을 배운다는 생각은 전혀 안드는 삽질의 연속이다. 과연 한국에서 배우던 틀이 좁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깨닫게 되었고, 그다지 다를 건 없지만 내가 알고있던 세계가 proper subset이라는 사실만은 거의 반증 불가능할 정도로(!) 확실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전에는 미시가 좀 더 axiomatic하고 거시가 미시적 가정들을 무시하는 사기라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있었는데, 이것도 상당부분 수정이 되었다. 미시는 좀 더 플라톤스러운 세계이고, 거시는 굳이 말하자면 post-modern한 세계에 가깝다는 정도라는 것이지. 한국에서 내가 배운 것들은 상당부분이 여기선 최소 20년 전에서부터 써먹었고, 지금은 갈때가 된 것들이 (물론 필요하긴 하지만) 대부분이라는 것이지. 여간.
 무슨 기분으로 살고 있는지, 혹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하는 생각을 잊은채로 살다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고, 지금도 무슨 생각으로 글을 쓰는지조차도 불분명하다. 말하자면 뇌세척이라는건데, 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국에서 알던 것들은 잊고, 새로운 것들로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그 과정에서 텔레비전이나 뉴스를 통해 세계를 접하던 가장 기본적인(?) 통로마저도 닫고 살다보니 더욱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게된다. 먹고 자고 공부하는 동물이 된 느낌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내가 한국에서 닮고싶지 않았던 어떤 패턴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반복학습 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중이다. 나름은 소심한 발버둥을 쳐보려 하지만, 글쎄,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한들 그게 의미가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문득 여기와서 느끼는 건데, 내가 무엇 때문에 공부를 하려한건지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조차 부족하다면 부족하달까 그런 느낌이 든다. 정말 지난 6개월간 한 번도 나에게 그것에 대해서는 질문하지 않았으니까. 난 애초에 누군가를 위해 공부한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으니까. 적어도 생존이라는 측면과 더 가까우면 가까웠지, 그게 남들을 위한다거나 과시를 위한 목적과는 애초에 거리가 있는 행위이지, 이 공부라는게. 안하면 죽게 생겼고, 모르니까 환장하겠는 그런 상황.그러다가 생존 목적의 생업의 도를 넘어서게 되고, 그에 대한 변명을 하려다보니 난 공부가 좋아서 한거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한 거고, 그러냐? 그럼 좀 더 해봐라 그러다보니 여기까지 온거지. 뭐 이젠 전처럼 별다른 자기 합리화나 이상 부여는 할 수 없는 (하지 않는) 좀 더 담백한 상황에 내가 이른 것 같다. 그래서 전처럼 굳이 나에게 질문하고 답하고 부정하는 상당히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반복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담백한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쉽지 않다. 뭐, 이런 심적 상황에는 이젠 학점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걸 할 수 있겠다는 나름의 부담없는 환경이 있지만, 그러한 부담이 공부 자체의 가벼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 보도 듣도 못하던 것들을 배우고, 한국에서 몇 년을 배워도 이해가지 않던 (정리되지 않던) 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난 상당한 희열을 느낀다. 더 하면 더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가끔 (상당히 가끔) 내가 배우고 있는 것들을 구토를 통해 게워내버리고 싶을 정도로 진절머리나게 이해가 안되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익숙하게 참고 다시 삼킨다. 삼키고 또 삼키고. 그러면서 지내는 중이다.
2010/12/10 16:34 2010/12/10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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