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잘데 없다니까
시간 2007/03/02 00:31
어릴 때(정확히는 중고교 시절)부터 친구들한테 많이 쓰던 표현 중의 하나가 '쓰잘데 없다'는 표현이었다. 굳이 설명할 필요야 없겠지만 표현이 가진 뜻을 표현하자면 말하자면 쓸모없다는 말인데 (그 부언 참 쓰잘데 없다) 특히 수학 공부할 때 많이 쓰는 말이다. 예를 들자면 대수위상 같은 경우에 초반에 엄청 '쓰잘데 없어 보이는' 정리와 정의들을 많이 늘어놓는데 초반에 공부를 하면서 내가 공책에 '거 참, 이놈의 정의들 거 쓰잘데 없네. 도대체 이걸 지금 왜 하는거야?'라고 여백에 써놓은 것이 보인다. 결국 초반의 '쓰잘데 없는' 정의들이 그렇게 '쓰잘데 없는' 것 만은 아니었다는데 끝내는 밝혀지지만 어찌되었든 이런 용례가 '쓰잘데 없다'는 나의 이 문제의 표현의 주된 용도임을 알 수 있다.
음악 작업을 하면서 다른 친구들이 (혹은 동생들이) 보내온 악보들을 보면서도 내가 제일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 바로 이 표현. 주로 '뭔 놈의 꾸밈음들이 이래 쓰잘데 없이 많나? 다 없애고 vib.(vibrato)로 처리해.' 등등 사실 내 취향에 맞도록 바꾸라는 (아주 내 편향의) 지적이지만 뭐 그런 용도로 쓰인다. 그래서 그게 왜 쓰잘데 없느냐는 둥 실랑이도 상당히 자주 있는 편인데 여간 내 입장에서야 (아, 최근의 내 논문을 익히 읽어보신 지인들도 알 수 있으시겠지만) simple is the best 가 나의 모토임에 어쩔수 없는 바이다. 게다가 딱히 '쓰잘데 없다'는 표현을 대체할 만한 다른 짧고 강렬한 문구가 없기 때문에 그냥 주욱 이 표현을 쓰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쓰잘데 없이 이런 잡설들을 늘어놓고 있는건 바로 음악 작업의 성과물이 '아주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 사실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르게 가고있다. 장비들이 도대체 집에서 제대로 먹히지가 않고 (컴퓨터 사양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로 인해 미디적인 작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리듬파트는 대강 되었지만, 솔로파트라든지, 보컬 백킹같은 작업들이 정말 끝도 없이 느려지고 있다. (그나마 이젠 마스터링은 아예 3월 내에는 해결하지도 못할 상황이 되어버렸으니) 정말 이렇게 집안에서 작업거리들과 실랑이 하는 것이 '쓰잘데 없음'을 느끼려고 하고 있는 중이다. (역시 모든 건 돈 문제. 그냥 돈 천만원만 뚝 떨어졌으면 만사 오케인데 말이다) 하여간 최근에 잠도 제대로 오지가 않고 3월이 되니 이젠 정말 누구한테 맡길 수도 없거니와 시간 임박이라는 현실과제가 눈 앞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쓰잘데 없는' 말들을 지껄여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