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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 호구의 거시
Ceteris Paribus 2012/01/28 05:02그래, 그놈의 글로벌 위기, 글로벌 경제. 하도 짖어대다보니 뭐가 문제인지, 뭐가 문제가 아닌지도 분간하기가 힘들어졌다. 도대체 뭐가 문제길래 이리 우왕좌왕하면서 말들만 많고 성과는 보이지 않는건가. 나오고 있는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국가 내 세대간 자원 분배의 격차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2. 지역 간 성장 속도의 격차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청년 실업과 관련된 레파토리들은 첫 번째 주제에 속한 이야기일 것이고, 유럽발 -이게 정말 유럽발이냐?- 금융위기에 관한 레파토리들은 두 번째 주제에 속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기엔 이 두 가지 문제가 같은 원인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그 원인은 바로 myopic time-inconsistency. 굳이 한글로 바꿔 말하자면 근시안적 동태 비일관성이랄까. 한글로 바꿔 말하니 무슨 말인지 더 모르겠다. 여간 요지는 국가나 지역 정부같은 정책 결정자들이 지속적으로 근시안적 정책을 사용했는데, 이런 정책이 시간이 변하면서 말을 바꿀 소지가 있는 문제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한국적 은어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카드깡'. 나중에 갚기로 하고 돈을 빌려서 쓰고 아들한테도 이런 상황을 권했는데 - 이 쯤에서 오래된 모 카드사의 "아버지는 말하셨지 그걸 가져라" 라는CM이 권떠오르는 건 왜일까 - 막상 아들이 그 카드를 물려받고 보니까 계좌엔 빚만 잔뜩 있고 담보를 할만한 자산이 전혀 없는 상황인거지. 아버지 딴에서는 새로운 자산이 생기겠거니 하고 본인이 물려받은 재산을 죄다 담보잡혔는데 말이지.
비유로 돌아가보지 말고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렇다. 주제를 뒤바꿔 두 번째 이야기, 지역간 성장 속도의 격차부터 풀어보자. 소위 말하는 선진국들이 과거 번영을 얻게 된 것은 (적어도 내가 보기엔) 제국주의 시절의 무한에 가까웠던 무료 자원과 낮은 시장 경쟁(혹은 넓은 시장)에 기인했다. 식민지에서 오는 새로운 자원들과 그러한 자원들의 활용이 높은 생산성의 증가를 가능하게 했고, 상대적으로 덜 발전된 넓은 해외 시장이 그러한 (과잉) 생산을 흡수해주었다. 그러한 생산의 이익이 국내로 흘러들어와 자본이 축적되었고 이렇게 축적된 자본을 통해 새로운 인적자원과 기술개발의 원동력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이러한 높은 성장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은 장기채권의 발행을 통해 생산 이상의 자원을 소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문제는 정해진 시장 크기와 자원의 양 안에서 국가들간의 제로섬 게임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런 제로섬 게임이 의외의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말하자면 각 식민지가 명목상의 독립과 자치권을 획득하게 되었는데 이런 명목상의 독립이 그동안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축적되는 자본을 충분히 쌓아서 후에 돌아올 빚을 갚을 만한 자산을 만들어 놓았어야 했는데, 그 자산을 만들기 위한 한 축이었던 자원 풀이 국가간 경쟁으로 인해 충분히 가용할만큼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원을 가진 기존의 식민지들은 이런 자본을 토대로 선진국의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기 시작했고, 안그래도 좁은 시장에 강한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숟가락을 들이밀게 되었던 것이고. 게다가 기존 시장이었던 과거 식민국가들이 자체 기술을 개발하면서 국가주도의 내수 보호전략을 통해 국내 시장에서의 기존 선진국의 점유율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좁아진 시장, 비싸고 희귀해진 자원, 게다가 축적된 자본을 흡수할 수 없이 충분히 비대해진 투자 시장이 현재의 문제를 초래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선개발국가들의 빚이 기본적으로는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기때문에 지금 빚을 지더라도 나중에 갚을 수 있으리라는 신용에서 나온 것인데, 그러한 신용이 비관적인 성장세로 낮아지게 되자 또다른 빚을 져서 갚았어야 할, 만기가 다 된 과거에 진 빚들이 몰려오게 된 것이다. 그렇기에 돌아온 빚을 계속 채권을 발행해서 -이를 양적 완화라는 은어로 표현하는데- 갚는다고 해봤자 앞으로 돌아올 빚을 계속 이렇게 갚을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면 그러한 빚이 장기적인 성장의 지속의 가능성을 반영하는 시장의 '신용'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그만큼의 성장이 실현되지 않는 한 누군가가 돈을 빌려줄 이유는 없다는 것이지. 결과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바꿀만한 계기가 없지 않는한 지금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 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반면 신흥시장들은 낮은 가격의 자원들을 이용해 선진기술을 빠르게 흡수하며 기존의 시장에 숟가락을 내밀게 되는데 선개발국가들의 전철을 보았기 때문에 빚을 지며 내수를 부양하기보다는 흑자경영을 통해 자본 축적과 미래에 가용한 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강력한 전제적 국가 경영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국내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국위선양'이나 국가적 목표같은 주제를 통해 국내 정서를 진정시킨다는 것은 이제는 아침드라마의 플롯 만큼이나 진부한 이야기이다.
그럼 이것이 무엇을 이야기하는가. 이는 세대간에서도 기성 세대가 누린 번영이 후속 세대의 빚을 통해서 자신들에게 실현된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어떤 면에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부모의 집에서 기식하면서 사는 것은 실은 자신들의 부가 부모세대에 이미 실현된 것이므로 자신들의 부를 누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말하자면, 자신이 누려야 할 부가 이미 부모의 부 안에 있는 것이므로 '정당하게'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결국 회사에 가서 월급을 타오나 부모 월급에서 용돈을 받으나 전 세대간 부의 양은 정해져 있으므로 그게 그거라는. 말하자면, 집에 취직했다고 하는 편이 맞을까. (먼산)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이러한 경제위기를 개척해 나아갈 방법은, 혹자는 미쳤나고 하겠지만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겠다. 첫 번째는 해저(양)개발. 선개발국가의 압도적인 기술력 - 이 해양개발이라는게 정말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데다 대부분이 군수산업과 연관되어서 기술유출도 쉽지 않다 - 을 통해서 해저도시(!)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면 넘쳐나는 토건족과 공대생들, 그리고 부족한 주택문제와 자본축적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게다가 한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천혜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 국가로서.....(퍽) 두 번째로는 우주 개발(;;). 이것도 비슷한 맥락인데 딴지일보의 모 특집기사를 읽어보면 달이 데스스타의 외피라는 설이 있기 때문에 의외로 개발이 쉽지 않을지도. 그들의 주장에 따르자면 우리는 달의 현 거주민 대표와 달 외피개발에 대한 MOU를 먼저 체결해야 하는데.....
